잠이 안와서 유튜브를 보는데 (사실은 자다가 악몽을 꿔서 깼다. 내가 우주인이었고 같이 우주선에 탄 사람들이 하나씩 죽는 무서운 꿈이었다) 유시민이 그런 얘기를 하는걸 보았다.
- CF제안을 여러번 받았어요.
하지만 누가 아프거나 해서 돈이 많이 필요한것도 아니고. 거절했습니다.
행사도 최대 2천만원까지 제안 받은적 있어요.
하지만 내가 의미없다고 생각하면 가지 않아요.
저도 나름대로, 줏대있게 살아요.
2천만원이나 되는 큰 돈을 거절한것이 어찌 '나름대로' 줏대있는것에 불과하겠냐마는. 역시 유시민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내 기준이 있으면 그것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지. 돈을 기준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나도 SNS팔로워가 좀 늘어나면서. 1만명이 되지 않는 변방의 계정임에도 협찬 제의를 많이 받는다. 대행사를 통해서 휴대폰이나 영어앱을 쓰고 후기를 남기는 식으로 콘텐츠 게재를 의뢰받기도 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혹하지 않은것은 아니나. '돈을 받고 좋지도 않은걸 좋다고 말하기는 싫었기 때문에' 거절하였다. 그렇지만 내가 거절해도 다른 계정들이 광고하는걸 여럿 보았고. 그때마다 나만 바보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가 결정한 기준은 단 하나였다. '내가 싫은것은 남에게도 권하지 않는다' 나도 소비자로서 금전 대가의 바이럴이 싫은데. 내가 그걸 하기는 싫었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대장금>에서는 원칙을 지키려다가 몇번이나 죽음의 문턱에 다녀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뇨를 앓고 있는 명나라 사신에게 기름진 것이 아니라 몸에 좋은것을 내놨다가 '네가 나를 능멸하느냐' 라며 목숨이 위험해지기도 하고. 내 은혜를 네가 아니 이번에는 나를 도와야한다라고 반협박하는 중전에게 '차라리 저를 죽여달라'며 진짜로 목숨을 각오하기도 한다.
물론 드라마니 극적인 부분이 있을것이다. 드라마니 결국엔 잘되는것일수도. 이상적인 얘기라 치부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 원칙이 있기에 진심이 통하고, 진심이 있기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게 만든다.
나도 뭐 대단히 도덕적인 인간은 아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도 엄청 많다.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살아가야겠다' 는 나만의 원칙은 있다. 생각없이 휘둘리다가 물들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원하는 삶, 내가 바라는 행동. 내 기준과 내 줏대는 있다. 그걸 지키려고. 나는 부단히 노력한다.
세상이 분명하게 악해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예전에는 부끄러움이라는게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것도 없고. 나는 불쾌할뿐인데 지들끼리 유쾌하다고 웃고 자빠지는 꼴을 보고 있기도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묵자흑 하지 않는 것은. 나는 사는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고. '생각대로 사는' 사람,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혼탁한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혼탁한 세상이기에 오히려 더. 줏대있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나는 내가 좋다. 항상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 계속 스스로를 좋아하며 살 수 있을까?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나라는 것을 잘 알고있다. 모든 것이 바뀌어도 나는 여기 중심에 있다. 나이가 아주 많이 들어도 그때의 나에게 웃으며 말하고 싶다. 내가 여기 지키고 있었노라고. 한치의 아쉬움도 없이. 그때의 나를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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