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다녀온 고명환 강연에서 고전의 중요성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바- 이번 달부터 매월 한권씩 고전을 독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처음으로 시작한 고전은 공자 왈 <논어>.
한권의 책을 이해하기위해 해설이 있는 여러권의 책을 읽었고. 내가 <논어>를 읽으면서 깨달은 바를 기록해둔다.
1. 인간에게는 급이 있다 -군자와 소인
논어가 통쾌했던 것은 인간을 군자 - 소인으로 확연히 나누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은 똑같지 않다. 눈오는날에 어떤 사람은 눈사람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어떤 사람은 그 눈사람을 발로 차버린다.
'군자와 소인은 다르다' 는 명제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받아들이고 나니 한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가 분명해졌다.
군자상달, 소인하달
- 군자는 날로서 높은 경지에 이르고. 소인은 날로서 후퇴한다.
살면서 엉망진창인 사람들을 많이본다. 그들은 이기적이고. 패악하며. 타인을 진창으로 끌어내리려고 한다. 인간이 모두 같다면 왜 저런 종자들 사이에서 나는 원칙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가? 이런 세상에서 혼자 고고히 선을 지키는 것은 결국 나만 손해보는것은 아닌가?
하지만 <논어>는 말하고 있다. 이것이 군자의 삶이고. 저것이 소인의 삶이라고.
군자와 소인은 다르니, 소인의 행동에 영향받을 필요 없다고. 군자상달, 소인하달의 깨달음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저들과 나는 다르다. 하찮은 사람들과 나는 다르다.
이것은 부나 지위고하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타인을 향한 신실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선자호지 불선자오지
- 착한 사람은 그를 좋아하고,
나쁜 사람은 그를 미워하는것이 훌륭한 사람이다
한편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 없다'는 깨달음도 자유를 주었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한적도 없지만. '좋은게 좋은거니 그냥 넘어가자' 라고 스스로를 다스린적은 많았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었다. 공자는 오히려 '나쁜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사람은 끼리끼리다. 불선자, 소인은 군자를 미워한다. 자신은 그렇게 살 수 없기 때문이고. 자신의 부족함과 하찮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친일파는 독립운동가를 미워한다. 쾌락에 탐닉하는 자는 절제하는 자를 미워한다. 한 자리에 머무르려는 자는 앞으로 나가는 자를 방해한다. 자기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자는 타인의 불행을 도모한다.
2. 군자로 살아가는 법 - 성찰과 배움
그렇다면 어떻게해야 군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공자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배움'이다. 그러나 이 배움은 학문적 깊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삼인행 필유아사
- 세명이 걸어가면 반드시 그 중 나의 스승이 있다
논어의 이 유명한 구절은 성찰과 맞닿아있다. 공자는 말한다.
세명이 걸어가면 누군가는 나보다 부족할 것인데, 그를 보며 성찰의 기회로 삼고. 누군가는 나보다 뛰어날 것인데, 그를 보며 같아지려고 노력하라. (견헌사제)
군자는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고 나아지기 위해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유교라는게 대충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일거라고 생각하는 편견이 있는데. 웬걸. 변하지 않는 사람을 공자는 꾸짖고 있었다. 배움이 있다면 반드시 변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배움이라고 강조한다.
3. 군자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 - 구이경지
한편 공자는 친구와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조언을 권한다. 어떤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가.
익자삼우
- 성실하고 신의가 있으며 경험이 많은 친구가 좋은 친구다
공자는 나보다 나을게 없는 사람과 친구하지 말라고 단언한다. 이것은 성취나 재산에 국한된 좁은 의미가 아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장점과 존경할 부분이 있다.
나보다 나은 친구를 사귀라는 공자의 말은 장점이 있는 친구를 사귀되, 그와의 사귐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다.
나이가들수록 호감보다 오래가는 것은 존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하고 잘 맞는 사람, 같이 있어 재밌는 사람. 하지만 존경이 없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 쟤는 어떻게 말을 저렇게 예쁘게 할까?
- 저 분은 어쩜 저렇게 겸손할까?
- 저 언니는 어떻게 저렇게 삶의 고난앞에서도 씩씩할까?
- 저 친구는 어쩜 저렇게 한결같을까?
내가 오래두고 곁에 벗 삼는 사람들은 다 각자 저마다의 존경할만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모습이어야 할텐데) 관심보다 중요한 것은 존중이다. 호감보다 중요한 것은 존경이다.
구이경지
-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공경을 잃지 말아야 한다
가족, 친구, 동료. 결국에는 서로 공경을 하는 사이라야만... 오래간다.
가까운 것보다 적당한 거리를 지키고. 친해서 편해지기보다는 적당히 어려워서 서로를 공경하는 편을 택할 것. 그것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불문율이라는것을 논어는 설파하고 있다.
<논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가? 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군자의 삶. 그게 내가 추구하는 인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움으로서 스스로를 다스리고. 존중으로서 타인을 대해야한다.
다음달에는 <주역>을 읽어봐야지.
평생 배우면서 나아지는 것이 삶 아닐까. 한걸음씩, 천천히.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오직 꾸준함으로 책을 읽어나가는 일 뿐이다. 책을 통해 삶의 방향성을 잡는 일이 고전을 읽는 가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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