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 모임
화요일, 마케터 모임에 다녀왔다. 나는 평일엔 약속을 절대 안잡는 사람이라. 갈땐 '괜히 신청했나'하는 고민을 엄청 하는데. 막상 다녀오면 정말 오길 잘했다 싶다. 이번 모임도 너무 재밌고. 너무 유익한 시간이었다. 내가 마케터라서 너무 좋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무엇보다 좋았던건 사람들이었다. 가볍게 나눈 대화들도 좋았지만. 만남 이후에도 만난 후배들이 내가 웃기다고. 나를 너무 좋아해줘서 고마웠다.
생각해보면 나는 살면서 '웃기다'라는 칭찬을 제일 많이 들어왔는데. 나이가 들어서 보니 그게 콘텐츠가 아니라 사람들의 호감이었음을 깨닫는다. '웃기다'라는 말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웃긴 얘기 해봐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입꼬리에 미동조차 가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친구, 선배, 동료, 후배들이라면. 작은 얘기를 해도 깔깔대며 웃고 떠든다.
누군가를 웃기다고 느낄 때, 정작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극히 낮다. 사실은 그 감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건 호감도다. 내가 살면서 사람들에게 들어온 '웃기다'라는 칭찬은, 그러니까, 사람들이 나를 많이 사랑해준 증거였던거다.
와인을 곁들인 행사여서 그런지 더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 후배 중 한명과는 헤어지면서 포옹도했는데 ㅋㅋㅋㅋㅋㅋ (처음 만난 사이다) 그게 집에 오는 내내 기억에 났다.
내 얘기를 재밌게 들어줘서 고마워
나를 좋아해줘서
나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해줘서 고마워
집에 오는길은 엄청 추웠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다. 직장 밖 동료, 후배, 선배들을 알아가는건 기쁜 일이다. 한번 사는 짧은 인생, 좋은 사람들과 더 많이 어울리고 서로를 응원하고 싶다.
#간식 선물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구 회사 과장님이 집으로 찹쌀떡을 보내주셨다. 과장님 이것 뭐에요? ㅠㅠ 과장님은 냉동실에 넣었다가 심심하면 먹으라고. 별거 아니라고 했다. 별거 아니긴...연말이라고 신경써서 마음을 보내주신걸 안다. 그래서 너무 고마웠다.
한편, 친구는 동지라고 자기가 직접 만든 팥죽을 전해줬다.
- 너 팥죽도 만들줄 알어? 진짜 대장금이네
- 집에 팥이 좀 있어서
- 집에 팥이 있어? ㅋㅋㅋㅋㅋ
요리를 1도 안하는 나는 친구가 신기하고 고마웠다. 동지라는 절기를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정말 기뻤다. 겨울이라고 이렇게 마음을 보태주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올해 유독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느낌이다. 나는 별로 한게 없는데... 다정함과 사랑을 보내주는 사람들이 있어 너무 고맙다. 행복하고 좋다.
#광화문 집회
광화문 집회에 다녀왔다. 시국이 이러하니 이게 어떻게 감사일기가 될 수있을까? 싶지만. 이 혼탁하고 더러운 세상에서 그래도 위로가 되는건 어린 친구들의 빛나는 마음이다. 이번 시위에서 눈물이 많이 났는데. 너무 많은 어린 친구들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내 주변은 거의 20대 초반 여성들로 가득했고. 이렇게 추운데. 이런데 나오게 해서 미안했다. 기성세대로서 큰 책임을 느꼈다.
행진을 하면서 본 대학깃발, 청소년연대 깃발도 뭉클했다. 정말 너무 추웠다. 동상걸릴것 같고. 앉아있노라니 허리도 너무 아팠다. 그래도 얘네가 여기 있는 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돌아가는 작태가 너무 기괴해서 분노로 나가는 시위인데. 어쩐지 가고나면 엄청난 위로를 받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어린 친구들이,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힘을 보태고 있구나. 그러면 아무리 추워도 오기 잘했다 싶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 말도 안되는 일.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 매일같이 그런 일들이 가득한 세상이다. 그러나 한편에는 그에 맞서서 '어떻게 이런일이'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형형색색 응원봉이 흘러가는 행진을 보며 소매로 콧물을 훔쳤다. 내가 살면서 봤던 어떤 트리보다, 어떤 성탄 장식보다 아름다웠다.
희망은 힘이 세다.
연대하는 마음은 어떤 빛보다 밝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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