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n년전에 브런치에 작성한글을 여기에 옮긴다
CRM 영역을 좀 맡아줬으면 좋겠는데
팀장님의 한마디에 별안간 CRM 마케터가 되었다. 네? CRM이요? 이놈의 스타트업... 잦은 업무변경과 조직개편은 이제 익숙해질법도 하건만 매번 당황스러웠다. 내 업무는 타 부서로 이관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홍보업무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바닥부터 일궈온 홍보업무를 내려놓는게 시원섭섭했다. 기자응대가 싫어서 홍보업무가 좋지만은 않았지만 요즘 좋은 성과를 내고 있던터라 빼앗긴 느낌이 들었다. 실컷 기반 닦아놨더니 다른 일을 하라니..
과장님은 이 일을 아주 잘할것 같아요
살짝 부아가 치밀었지만 'CRM엔 올라운더인 니가 적임자다' 라는 팀장의 꼬임에 넘어가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뭐, 생각해보니 요즘은 CRM 마케팅이 대세 아닌가? CRM마케팅이라는거, 제가 한번 경험해보겠습니다! 하는 당당한 패기로 임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나의 태블로 삽질이 시작되었다.

태블로로 데이터분석을 입문한건 '그나마' 쉬워보였기 때문이다. 이미 한차례 SQL과 파이썬에 발을 담궜다 뺀적이 있었던터라 다시 시작하려니 막막하기도 했다. 태블로는 데이터 '시각화' 툴이라 바로바로 그림으로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다는게 좋았다. 클릭앤드래그 만으로 캔버스엔 막대차트와 라인차트가 그려지다니... 마치 내가 마법사가 된 기분이었다.
LV1. 9월 구매-10월 미구매고객을 추출하여
구매를 유도하시오
첫번째 업무는 등급별로 쪼개서 10월 미구매 고객에게 쿠폰을 곁들인 LMS를 보내는 거였다. 일단 대상 추출이 필요했다. 물론 개발팀에 요청해서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CRM마케터가 되었으니, 이런 일은 자주 있을것 아닌가. 책임감이 강한 나로서는 그동안 금과옥조처럼 지켜온 직장생활의 모토를 되뇌였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하자'. 물은 셀프, 데이터추출도 셀프. 다행히도, 태블로는 어렵지 않았다. 독학한지 며칠 째. 미구매고객을 추출하고 무사히 쿠폰스킴을 설계할 수 있었다.
LV2. 쿠폰 미사용 고객에게
리마인드 메시지를 보내 첫구매를 유도하시오
데이터추출이라는 산을 한번 넘으니, 고객이 반응할만한 메시지를 짜는 나의 원래 장점과 더불어 시너지 효과가 났다. 나 이쪽으로 재능있나봐. 생각보다 더 좋은 성과에 뿌듯해하는 것도 잠깐. 바로 두번째 미션이 떨어졌다. 신규고객 쿠폰 사용률을 높이시오. 이번에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먼저 쿠폰 사용률을 계산해서 6개월치 평균을 냈다. 그리고 사용고객 패턴을 분석해서 코호트 차트를 그렸다. 사용량이 떨어지는 리마인드 최적의 시점을 찾았고, 그를 토대로 가입한지 D+N 별로 메시지를 설계한 후 발송했다.

한번 해보니 어렵지 않았다. 성과도 잘 나는 것 같고. 그러다보니 재미가 붙었다. 요즘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첫구매 이후 코호트 차트를 그린다거나, 회원가입을 일별로 소스/매체별로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만들면서 일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우리 VIP고객의 평균 구매주기가 어떻게 되지?
두달전의 나라면 머리를 긁적였을 질문. 하지만 이제는 VIP는 물론이고 등급별, 품목별 구매주기를 계산해서 마케팅 시나리오를 짜는게 어렵지 않다. '언제 이렇게 다 배운거야? 어... 하다보니까 되던데요.' 눈떠보니 어느새 이만큼 왔다. 물론 갈길이 멀다. 매일매일 퇴근 후 1시간씩 태블로와 SQL을 공부하고 있다. 어 되네? 어 이게 되네?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건 나와 회사의 가능성에 매번 놀란다는 것.

이왕 이렇게 된거 더 잘하고 싶다. 꼭 짱이 돼야지. 꼭 짱이되어서 회사의 고객을 가장 잘 아는 마케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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