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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직

[면접] 나의 망한 당근마켓 면접기

by 단단_SINCE 2023 2024. 3. 9.

 

** N년전에 내가 브런치에 작성한 글임을 밝힌다

 

 

아아 그래 나 당근마켓 면접 봤었지

 

 

연말을 맞아 파일을 정리하다가 올해 초 당근마켓 면접을 위해 만들었던 과제를 다시봤다.(정말이지 한참 전 일이다) 흐응, 그렇군. 그랬었지. 열심히 했었는데 말이야. 결과적으로 떨어졌으니 음오아예. 그러나 지금은 다른데 취직해서 잘 다니고 있으니 전화위복? 어쨌든 연말을 맞아 썰이나 풀어볼까 한다. 이것은... 나의 망한 당근마켓 면접기.

 

솔직히 처음엔 별 생각이 없었다. 1차 화상면접 통과까지 어어? 순식간에 어리버리한채로 지나갔는데 두둥...마케팅기획안을 작성하라는 과제가 있었다. 아니 면접 과제가 있었어 ??? 처음 지원을 했을땐 과제를 예상치 못했기에 당황했지만(...) 그래 당근마켓 정도면 과제를 낼만하지. 하는 마음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카페에 출근도장을 찍으면서 장장 40여장에 달하는 마케팅 기획안을 작성했다.

 

 

 

 

 

나의 핵심은 당근마켓을 포지셔닝할때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파는' 곳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는 곳으로서의 당근마켓도 물론 매력적이었지만, 그럴 경우 one of them 을 피할 수 없고, 내가 원하는 물건이 없을 경우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파는' 곳으로의 당근마켓을 강조하고자 했다. only one. 내가 물건을 '파는 곳' 으로의 마켓. 그게 내가 생각하는 당근마켓의 usp 였다.

 

 

 

 

 

 

처음부터 다른 중고거래앱과의 차이점은 생각하지 않았다. 당근마켓은 기존 중고거래앱 시장의 파이를 나눠먹는게 아니라, 기존에 없었던 고객층(40-50여성)을 끌어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 중고거래앱과의 차이에서 usp 를 찾는게 아니라, 40-50 여성들에게 이미 익숙한 다른 마켓과의 비교에서 당근마켓만의 usp 를 찾았다. 그게 나에게는 '파는 곳' 으로서의 당근마켓이었다.

 

 

 

 

 

 

파는 곳으로의 당근마켓. 컨셉은 자연스레 '동년배들의 팔아다이스'로 정해졌다. 맨처음에 이걸 생각하고 혼자 얼마나 좋아했는지.... 헐 나는 천재가 아닐까? 하며 오바쌈바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돈쓰는재미? 돈버는재미! 홈쇼핑보다 당근마켓' 이었다. 하지만 좀 길다고 생각했고, 뭔가 '팔다' 를 더 강조할수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떠올리게 되었다. 과제를 열심히 준비하던 중에 '파라다이스 호텔' 어쩌고 하는 글을 보았고 순간 유레카적인 발상으로 떠올리게됐다. 헐... 파라다이스...? 이거다. 팔아... 다이스!!!

 

 

 

 

 

 

광고는 백종원-소유진 부부를 내세워서 기획했다ㅋㅋㅋ 백종원이 주로 셰프의 이미지로 광고에 소구되는 것에 반해, 실질적인 중년부부라는 점에 중점을 뒀다.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40-50대가 좋아하는 모델이기도 하고. 일상속에서 쉽게 버리는 물건들. 당근마켓에 팔면 그게 용돈벌이도 되고, 곧 소소한 삶의 재미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했다.

 

 

 

 

 

지역 폴리마켓도 IMC에 한 부분으로 제안했다. (코로나를 모르던 시대의 기획이다) 기존의 홀가분페스티벌,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와 같은 케이스가 있긴 하지만... 비슷해보이는 음악축제에도 각각의 컨셉과 차별화가 가능하듯이, 플리마켓도 당근마켓의 이름으로 하면 '팔아다이스' 캠페인을 강화하는 좋은 BTL 사례가 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성남시로 제안한것은 제주도 다음으로 당근마켓의 이용자가 많은 곳이 분당구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송파구, 용인등 당근마켓에 매물이 많은 지역과도 인접해서 분당구에서 진행하는 것이 유효해보였다.  

 

 

 

 

 

 

구체적으로 다 드러내긴 그렇지만(...) 여튼 이런 방식의 마케팅기획안을 작성해서 발표했고... 떨어졌다. 근데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정말이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과제를 하면서도 그랬지만, 발표를 하면서도, 이렇게 하고도 떨어지면... 진짜 그냥 어쩔 수 없는거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떨어지면... 떨어지는거다. 그리고... 떨어졌닼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그러니 떨어진 거겠지 (코쓱)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깊이 어떤 회사의 마케팅제안서를 만든적이 있었던가. 다녔던 회사에도 이런식으로 각잡고 제안서를 만든적은 없었는데. (우리회사야 미안해...) 올해를 돌아보면, 이때가 제일 치열했던 순간 중 하나였다. 재밌었고, 어려웠던, 그렇지만 망했던... 당근마켓 과제 면접 Ssul. 면접보러 갔을때 당근이와 사진 한장 찍지 못한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아... 그게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더라면...